그날따라 사람은 유난히 바람에 나부끼었고 나무는 유난히 우두커니 서있었기 때문에 나는 당신을 와락 안고 싶다 생각했습니다 순간 마음은 무수히 작고 많은 파찰음을 터뜨렸습니다 파도가 파도로부터 충돌하는 소리 혹은 나뭇잎이 나뭇잎으로부터 격리되는 소리 는 유구한 역사의 소리입니다 오래도록 상처받은 사람의 울음이 바코드처럼 각인된 기록입니다 일정한 간격의 통화 ...
태양이 침몰하고있다 천 년 동안 절벽에 매달려 버티다 추락한 어느 낙석의 거대한 울음소리를 내며 붉게 빛나는 우리의 아틀란티스 내 손을 마주잡은 그댄 무얼 사랑했었나 내일이 지나간다 어제가 다가온다 지구가 역회전한다 박자에 맞추어 나는 추상한다 나는 무얼 사랑했었나 한없이 커다란 죄책감을 떠안은채 한없이 무거운 공포감을 등에 진채 한아름 팔을 크게 벌리면 ...
눈발이 나린다 지나온 길 뒤에 이 빠진 시간들이 걸음마다 널브러져있다 온 힘을 다해 회전하기도 했던 힘들었다 넌지시 말하며 웃는 모습은 엔딩 크레딧처럼 새까맣다 그리고 머쓱한 듯 내뱉는 헛기침 앞니가 있어야할 공간 사이로 하얀 입김의 손을 마주잡고 삐져나온다 곧바로 사라진다 추운 날이다 찰나를 영원으로 빚어내는 추위 공간을 빠르게 멈춘다 월경같은 홍조는 미...
나는 자격증 관상어 양복 을 사며 떼어온 영수증 따위의 것들에서 사랑을 봅니다 그리고 나는 선물 포장지 낮달 길고양이 의 앞발에 묻어있는 샤넬 향수 냄새 따위의 것들에서 사랑을 보지 못합니다
오랫동안 텅 비어있던 우체통에 참새가 새로 집을 지었다 반가운 소식이 오가고 있었다
한숨 자고 일어나면 손톱이 부쩍 자라나있곤 한다 마음이 덜 자란만큼 키를 키운 것이다 야금야금 몸집을 키우는 초승달인 것이다 그래봐야 다시 기우는 하현의 시간이 돌아오는 것이다 덮어둔 발목이 다시 아리거나 시리거나 둘 중 하나인 것이다 보고싶어요 엄마 아빠 보고싶다구요
감각은 정오 즈음 나비가 되어 나풀거리며 떠나 잠들기 직전 즈음 집으로 돌아온다 잡초는 허리춤까지 통째로 뽑힐지언정 땅 아래로 뻗은 발은 결코 내어주지 않는다 억세게 뻗은 팔과 다리 표피 아래에서 고동치는 심줄의 맥박이 선하다 힘 크게 주어 뿌리까지 뽑고나면 쓰잘 데 없는 것들도 함께 딸려나온다 애늙은 연민과 섣부른 동정과 눈물바람의 위로가 서로를 나체의 ...
1. 어떤 문장은 너무 무거워서 입밖으로 꺼낼 적엔 온 마음이 함께 달아나버린다. 2. 범국가적 차원에서 시행한 언어규제 정책에 따라 단어와 문장에도 값이 매겨지게 되었다. 국제정부는 언어의 영향력을 망각한 현대인들을 위한 정책이라고 밝혔고, 여러 사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되었다. 한편 언어는 매매가 가능하기도 했으며,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말일수록 ...
맑은 하늘을 부욱 뜯어내어 바람에 날려보내고 뻗은 길들은 한껏 헝클어 꼬인채로 두었다 밝은채로 정지된 세계는 간지럼증을 유발했으므로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나는 신인류 나를 막을 것은 이 세계에 없다 자 이제 내게 패권을 넘겨라 가뭄과 폭풍우 지진과 기근이여 그들은 시큰둥한 표정을 지으며 하던 일이나 마저 하겠지 인간을 죽이는 일 혹은 ...
무질서하게 널브러져있는 살인현장을 제대로 설명해보고자면 손이 손을 잡고 밤이 밤을 넘어야 했다 나는 어젯밤 결국 죽었지만 아무도 믿지 않았으므로 한강대교를 찾아갔다 몰래 밤을 넘어보려고 시커먼 후드를 푹 눌러쓰면 이야기는 간결히 사회적으로 길들여졌다 앉아 하면 고대로 잘 앉아있었다 온순해진 이야기에 목줄을 채워 산책을 떠날까 밤을 넘으려면 한참은 더 남았다...
1. 금잔화를 띄워둔 물잔에 상념이 찰랑인다 주르륵 흘러내리면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자국을 남길 것이다 또 다시 차오른다 숨을 멈추고 조심히 표면장력을 관찰한다 위태롭다 눈물이 주르륵 절로 흐른다 멍울져있다 2. 부풀어 오를수록 빛을 뿜어낼수록 위험한 항성이 무한궤도를 그리며 마법을 부린다 황홀한 마법 우주의 어둠 속 날아오는 무수한 운석들을 한순간에 부수...
이런 날은 길도 가만히 길을 비켜주고 별도 가만히 별을 비춰주어야 합니다 이런 날은 민들레 홀씨도 조심스레 내려앉고 구름도 살금살금 발끝으로 걸어다닙니다 이런 날은 한 뼘 손을 마주잡는 것조차 힘을 가득 준 악수만큼 버거웁니다 그러므로 이런 날은 우리에게 흔치 않은 날이지만 흔한 언어로 미뤄두는 편이 좋겠습니다
유지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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